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카와유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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by 붱 님 2020. 4. 24.

#제것이_아닌_망토와_왕관을_쓰고_왕좌에_앉는_드림주

 

주인이 있는 물건은 함부로 취하면 안 되는 것 그것이 보이는 것이든 보이지 않는 것이든...

 

내 어깨를 감싼 화려하기만 한 천과 머리를 무겁게 눌러오는 이것들 또한 내가 아닌 본래의 주인이 있었다. 지금 내가 앉아 있는 이 왕좌 또한 주인이 나여서는 안 되는 것들이었다. 

 

내가 이곳에 자리하면 사람들은 이제 이 자리의 전 주인은 점점 잊어가는 채로 살아가겠지 그렇다면 더더욱이 내가 이것들을 취하고 이 위치에 자리하면 안 되는 것인데 이 자리의 본래 주인은 뭐가 그리 급하다고 사라졌는지 아니면 지금 나의 목을 조르고 머리를 눌러오는 이것들에 지칠 대로 지쳐 도망이라도 간 것인지 그렇다면 항상 당신의 옆을 지키던 내게 기대기라도 했더라면 내가 그 짐을 조금이라도 나눠 가질 수 있었을 텐데 어찌 내게 언질도 주지 않은 체 무심하게 곁을 떠나냐고 묻고 싶지만 대답이 돌아오지 않을 질문인 걸 알기에 입을 꾹 다물어 본다. 

 

만약에 정말 스치듯이 지나쳐 만나기만 하여도 좋을 텐데... 

 

벌써 내가 이 위치에 자리하고 3번째 맞는 봄이구나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고 계속 흘러만 가는데 계절은 본인의 시간에 맞춰 나타나기라도 하는데 당신에 관한 그 어떤 소문도 내 귓가 근처는 스쳐 지나갈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니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해야 하나 이로 말할 수 없는 씁쓸함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내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하나 알 길이 없구나 고작 내 감정 하나 알지 못하면서 당신의 소식을 기대하다니 어찌나 우스운가 옆에 있다면 있었더라면... 

 

나를 향해 그게 뭐냐며 실없이 웃어주기라고 하였을 텐데  당신과의 기억으로 가득 찬 텅 빈 방에 들어서니 텅 빈 방 만큼 구멍이 난 내 가슴이 아려오는구나 내게 언질 하나 없이 내 곁을 떠난 것을 꾸짖지 않을 테니 제발...

 

 당신을 소문으로 나마 내 귓가에 스치게 해주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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